리뷰
남편의 권유로 걷게 된 산티아고, 42일의 후기_ 800km, 배OO님

제주 올레길 완주하고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였어요.
창밖 보고 있는데 남편이 갑자기 산티아고도 한번 걸어볼까 그러는 거예요. 아니 올레길 걸을 때 힘들다고 그렇게 엄살 부리더니 무슨 산티아고예요. 어이가 없어서 웃었는데 표정이 진지한 거 있죠.
그날 저녁에 둘이 이불 깔고 누워서 폰으로 한참을 뒤졌어요. 그러다 까미노여행사 설명회 신청했어요. 일 저질러놓고 나서야 실감이 났어요 ㅋㅋㅋ
42일 신청해놓고 나니까 겁이 나더라고요.
올레길은 힘들면 그냥 숙소로 돌아가면 됐잖아요. 산티아고는 그게 안 되잖아요. 일상을 통째로 42일 동안 내려두고 가는 거잖아요. 출발 전날 짐 싸다가 남편한테 진짜 가는 거 맞지 했더니 남편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ㅋㅋㅋ 그래도 갔어요. 일단 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라.
우리나라에도 예쁜 길이 참 많지만 머릿속에 기억나는게 달라요. 우리나라 길은 어디가 예뻤고, 어디서 뭘 먹었고. 근데 산티아고는 걷는 동안 그 과정이 기억에 남아요.
끝도 없이 펼쳐지는 평원을 남편이랑 나란히 걷는데, 한마디도 안 했는데 그게 어색하지가 않은 거예요. 30년 가까이 같이 살면서 이런 침묵은 처음이었어요. 원래 조용히 있으면 뭐 삐쳤냐고 물어봤거든요 제가 ㅎㅎ 근데 그때는 그냥 같이 걷고 있는거 자체가 의지가 되더라고요.
산티아고 대성당에 드디어 도착했을때는 뭔가를 얻었다 싶었어요. 희한한 감정이죠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담긴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팀원분들과 함께 만들어먹은 저녁식사와 친절했던 인솔자님.. 모두 다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 써먹었던 한마디! 부엔 까미노 ^^
혹시 걷고자 하는 부부님들이 계신다면 무조건 걸어보라고 강추! 하고싶습니다!!
까미노여행사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