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빠르게 오르던 사람이 천천히 걷는 법을 배웠습니다 — 42일 산티아고 순례길 -권OO님

원래 걷는 걸 좋아했어요
주말마다 등산도 다니고 트레킹도 자주 했고근데 어느 날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이 자꾸 눈에 밟히는 거예요
유튜브에서도 보이고 책에서도 보이고언젠가 가봐야지 하면서 몇 년을 그냥 흘려보냈어요
그러다 경기도에서 까미노여행사 설명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혼자 찾아갔지요설명을 듣는데 이건 그냥 여행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그 자리에서 바로 신청했어요막상 걸어보니까 등산이랑은 달랐어요등산은 정상을 향해 올라가잖아요
빠르게 힘차게근데 순례길은 달랐어요
천천히 걸어도 되고 쉬어가도 되고
풍경이 예쁘면 그냥 멍하니 서있어도 되는 거예요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도 없고
그냥 걷는 거예요처음엔 그 느긋함이 어색했는데
며칠 지나니까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배낭 메고 걷고
배고프면 바에 들어가서 빵 한더어리 커피 한 잔 하고
또 걷고그 단순한 하루가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구나 했어요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들
스쳐 지나가는 작은 마을들
이름 모를 들꽃들등산할 때는 그냥 지나쳤을 것들이
순례길에서는 다 눈에 들어오더라고요걷다 보면 생각도 많아져요
50대가 되면서 뭔가 조급해지는 게 있었어요
이 나이에 뭘 더 할 수 있을까
벌써 이렇게 됐나 싶은 느낌이랄까요근데 길 위에서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어요
오히려 반대였어요아직 이렇게 걸을 수 있고
이렇게 느낄 수 있구나 싶었어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런 길을 걷길 잘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돌아오고 나서도 벌써 다음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이번엔 트레킹 코스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몸이 되는 한 할 수 있는 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인생을 즐기려고요순례길이 그 마음을 만들어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