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날 때는 설렘보다 걱정이 더 컸습니다.
긴 거리를 매일 걷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이 많았던 출발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걷다 보니
순례길은 ‘잘 걸어야 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날의 컨디션에 맞춰 나를 돌보며 걷는 길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서고,
마을을 지나고, 해가 기울 무렵 숙소에 도착하는 단순한 반복이
생각보다 깊은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짧은 인연들은
순례길을 더 따뜻한 기억으로 남게 해주었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걷는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 대단한 성취감보다 먼저 들었던 감정은
“잘 왔다”는 조용한 안도감이었습니다.
빠르게 달려온 여행이 아니라
천천히 나를 돌아보며 걸어온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정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라는 걸 이번 여정을 통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