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걸으며 비워내고, 도착하며 채워진 산티아고_ 800km, 최00님

2026.05.20
조회 14

처음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날 때는 설렘보다 걱정이 더 컸습니다.

긴 거리를 매일 걷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이 많았던 출발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걷다 보니

순례길은 ‘잘 걸어야 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날의 컨디션에 맞춰 나를 돌보며 걷는 길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서고,

마을을 지나고, 해가 기울 무렵 숙소에 도착하는 단순한 반복이

생각보다 깊은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짧은 인연들은

순례길을 더 따뜻한 기억으로 남게 해주었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걷는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 대단한 성취감보다 먼저 들었던 감정은

“잘 왔다”는 조용한 안도감이었습니다.

빠르게 달려온 여행이 아니라

천천히 나를 돌아보며 걸어온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정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라는 걸 이번 여정을 통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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