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산티아고에서 나를 만났습니다 _ 800km, 최00님
20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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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엔 막연했어요. 왜 가는지도 정확히 모르겠고, 그냥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첫날 피레네를 넘을 때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었어요. 숨이 차고 다리는 아프고. 근데 정상에 올라서 펼쳐진 풍경을 보는 순간, 알았어요. 이게 시작이구나.
매일 아침 일어나 배낭을 메고 걷는 일이 반복됐지만 매일이 달랐어요. 어제와 똑같은 하루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같은 길을 걸어도 날씨가 다르고, 만나는 사람이 다르고, 내 마음이 달랐거든요.

물집도 생기고 발톱도 까맣게 멍들었지만 신기하게도 매일 아침 일어나서 다시 신발을 신었어요. 그게 까미노의 힘인 것 같아요.
함께 걸었던 사람들 덕분에 끝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낯선 사람들이었는데 어느새 가족이 되어 있었어요. 말이 없어도 편한 그 사이.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 섰을 때 눈물이 났어요. 감동보다는 아쉬움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 더 이상 이 사람들과 매일 아침 함께 걷지 못한다는 게.
돌아와서도 자주 생각해요. 그 길 위의 순간들을. 까미노는 끝났지만 그 길이 남긴 것들은 여전히 제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까미노여행사와 함께 걸을 수 있어서 행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